I am a Model 오
랜만에 정식으로 스타일링하고 사진 촬영하니 재미있고 좋다. 촬영한 사진들을 모니터에 띄워놓고 보니 확실히 살이 찌고 감이 둔해진 게
느껴지지만…. 모델의 느낌과 연기자의 느낌이라는 건 분명 다른 것 같다. 배우의 느낌보다 ‘이미지’나 ‘옷빨’이 더 강하게
느껴지는 건 모델 출신 연기자라면 누구나 풀고 넘어가야 할 숙제겠지.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모델 활동에 대한 욕심이
있다. 화보도 찍고 싶고, 쇼에도 서고 싶다. 단, ‘연예인 누구 누구’가 아니라 그냥 한 사람의 모델로. 오프닝이나 피날레도
싫고 그냥 그 디자이너의 옷 한 벌을 책임지는 모델 한 사람으로 족하다. 솔직히 모델 시절, 스타들이 쉽게 와서 무대 위에서
‘특별 출연’처럼 구는 것 보면서 뒤에서 욕하고 그랬다. 괜찮다. 난, 빨리 적응한다 너무 예쁘장해서, 어려 보여서, 모델 같아서 안 될 거란 말 많이 들었다. 처음엔 ‘눈의 여왕’ 감독님도 오디션에 지원한 나를 보며 배우보다 모델 느낌이라 안 되겠다고 그랬으니까. 이왕 왔으니 대사나 한 번 읽어보라는 기분으로 기회를 주었던 건데 내 연기를 보더니 대본을 주며 연습해서 밤에 다시 오라고 그러는 거다. 밤에 다시 보더니 이번엔 내일 와라, 다음날 다시 왔더니 이틀 뒤에 리딩 때 참석해라, 이런 식으로 자꾸 새로운 미션을 주셨다. 그리곤 캐스팅된 거다. 아직 서툴고 부족한 점이 많아도 내가 분위기에 빨리 적응하고 사람들과도 빨리 친해지는 성격인 걸 높이 샀던 것 같다. 서건우를 좋아하게 되었다 나도 안다. 건우는 드라마용 남자라는 걸. 그런 남자가 실제로 어디 있나? 그런데도 그 비현실적인 남자가 사람 마음을 너그럽게 해 자기 편으로 만드는 구석이 있었다. 이를테면 첫 데이트를 남의 돌잔치에서 보내는 엉뚱함 같은 것. 만약 현빈 씨가 맡고 있는 극중 태웅이가 그런 짓을 했다면 진짜 괴팍하게 보였을 텐데 그걸 귀엽고 사람 좋아 보이는 느낌으로 바꾸는 게 건우다. 매너 좋고 배려할 줄 알고,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라서 ‘그래, 건우라면… 그럴 수 있을 거야’라고 납득하게 되는 남자. 멋진 남자란, 생각이 깊어야 한다 물론 여자도 마찬가지지만, 남자에게 특히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. 만약 당신의 남자 친구가 전혀 생각이란 게 없는 사람이라고 가정해보라. 여자라면 백치미로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라도 있겠지만 남자라면 정말 한심할 걸. 예쁜 여자보다 멋진 여자가 좋다 매력적이고 어딘가 존경스럽기도 한… 그런 거 있지 않나. ‘진짜 멋진 여자야…’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그런 사람. 섹시하고 여자답고 애교 많은 것보다 멋진 사람이었으면 한다. 참, 남자나 여자나 내숭 떠는 거 딱 질색이다. 맞는데 아닌 척하고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거. 특히 뭔가 사달라거나 조르고 싶을 때만 어리광 피우는 것 정말 부담스럽다. 그냥 담백하게 “저거 사줘, 갖고 싶은 것 있어”라고 말해도 능력이 되는 한 난 사줄 거다. 오히려 괜히 애교 떨면 안 사줄지도 모른다. Wanna be, 기무라 타쿠야 현실 속에서 누군가 닮고 싶은 이를 찾는다면 단연코, 이 사람. 일본에서는 ‘기무라 타쿠야를 보기 위해 TV를 켠다’고 한다. 그는 배우로서 망가질 줄 아는 연기자다. 쇼 프로그램에 나와서 가학 개그를 해서 망가지는 게 아니라 어떤 우스꽝스러운 미션이라도 최선을 다해 그 역할을 소화해 망가진다. 저렇게 잘생긴 톱 스타가 어떻게 저런 역을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. 한국에서는 양동근 씨를 좋아한다.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‘특유의 무엇’이 있는 사람이니까. 내가 좋아하는 것들 좋 아하는 색깔은 검정과 보라, 좋아하는 꽃은 생각해본 적 없다. 새 중엔 매가 좋다. 독수리는 너무 거대하고 위압적이지만, 매는 작고도 카리스마가 있어서 멋지다. 공지영의 소설을 감동적으로 읽었고, 얼마 전 뮤직 비디오 촬영을 함께한 보아는 어린 나이와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멋있고 존경스런 가수였다. 손으로 이것저것 만드는 것도 좋아한다. 작은 나무 테이블 같은 것들. 나는 o+B형이다 나 를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생각한다. 무지하게 싸가지 없고, 진짜 차가운 성격일 것 같다고. 그러다 내가 어느새 너무 망가져버리니까 깜짝 놀라더라. 나는 성격 자체가 나의 O형 면모와 아버지의 B형 면모를 극과 극으로 오간다. 화도 잘 안 내고 딱히 싫어하는 것도 없는 둥글둥글한 성격이다가 목표 의식이 생기면 무섭게 돌변한다. 한 달 반 만에 9kg을 감량한 적도 있고, 이번 ‘눈의 여왕’을 준비하면서는 이형민 감독님의 작품을 살펴봐야겠단 생각에 3일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그간의 작품들을 전부 다 봤을 정도다. 문제는 목표 의식이 있을 때는 미친 듯이 열심히 사는데, 평소엔 뭘 찾아서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거다(웃음). |
- 에디터 ㅣ 이경아 - 자세한 내용은 <보그 걸> 1월호에서 확인하세요! - 출처ㅣwww.voguegirl.com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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